얼마 전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충남의 한 교회에서 11살 아이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충남교육청이 학교 밖 아동·청소년 전수조사에 나선다는 내용이었다. 뉴스를 보며 참 마음이 무거웠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만 있으면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바깥에 있는 아이들은 누가 돌볼까.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 당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다행이지만, 왜 이렇게 사고가 난 후에야 움직이는 걸까.

학교 밖 아이들은 말 그대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다. 등교하지 않아 출석부에도 없고, 담임선생님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부모의 돌봄에서도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수조사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아이들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학교는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곳인데 말이다.
실제로 학교 밖 청소년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매년 약 5만 명의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정 해체나 경제적 어려움, 학교 폭력, 진로 불확실성 등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떠나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충남 지역은 농어촌 특성상 돌봄 인프라가 부족해 도시 지역보다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전수조사가 단순히 숫자 파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지원으로 이어질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문득 몇 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아는 한 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한 적이 있다. 부모님은 일이 바빠서 아이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고, 학교는 이미 그 동생이 나간 뒤라 아무도 몰랐다. 결국 그 동생은 몇 달간 집과 PC방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주변 어른들의 도움으로 다시 학교에 돌아갔지만, 만약 그런 어른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학교 밖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단순히 학업 중단에 그치지 않는다. 보호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각종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법제처가 최근 임신중지약물 허가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안전한 환경에서 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더 위험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촘촘하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번 충남교육청의 움직임은 시작에 불과하다. 전수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지만, 조사 후에 실제로 아이들을 어떻게 지원할지가 더 중요하다. 단순히 숫자만 파악하고 끝날 일이 아니다.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나 상담 프로그램, 긴급 지원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교육청만의 몫이 아니다. 지역사회와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아이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만 안전한 게 아니라, 어디에 있든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사실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우리 사회가 여전히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통계에 잡히고, 정책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학교 밖 아이들은 그 통계에서 빠져 있다. 그들도 분명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데 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제라도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숨지는 일이 있어서야 움직이는 걸까. 좀 더 일찍, 좀 더 세심하게 볼 수는 없었을까.
전문가들은 학교 밖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가 필수라고 말한다. 교사들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복지사나 상담사, 경찰 등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각 기관이 제각각 움직이고,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이들이 구멍에 빠지기 쉽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교육청과 지역 복지 기관이 공유하고, 주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지 않을까.
이와 관련해 해외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프리 스쿨(Free School)’이라는 대안 교육 기관을 운영하며,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학업 복귀를 돕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는 ‘학업 중단 위험 학생 조기 경보 시스템’을 도입해 학교, 지방 정부, 복지 기관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위험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개입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히 아이들을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 학교 밖 아이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중단한 아이들을 ‘문제아’로 낙인찍거나, 부모의 교육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다양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떠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가정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믿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이나 직업 훈련 기회를 확대한다면,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주제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안전한 곳인지 돌아봐야 한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안전하다면, 그 바깥은 위험하다는 뜻일 테니까. 우리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학교 밖 아이들,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록 지금은 작은 시작일지라도, 그 시작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주변을 한 번 돌아봐 주었으면 한다. 혹시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건 어떨까. 그것이 큰 힘이 될 수 있다.